아마존 지역 구인난 심각해지자 10월 주교회의서 논의하기로
교황도 2년전 “검토할만” 언급
교황청이 ‘사제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혼자를 가톨릭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이 이날 공개한 10월 남미 주교회의 준비 문서에는 사제가 부족한 아마존 일부 외곽 지역에 신앙심이 검증된 기혼자를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제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가톨릭은 현재 독신 남성에게만 사제 서품을 허가하고 있다.
이 문서에는 “해당 지역 출신으로 연배가 있고 존경과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면 안정된 가정이 있더라도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황청은 이 문서에서 해당 지역에서 여성에게 ‘공식 직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식 직무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수녀회 등이 요구해 온 ‘부제’인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에서 부제는 사제를 보좌해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다. 교황청은 남미 주교회의가 열리면 이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교황청이 그동안 금기에 가깝던 사제 독신주의를 깨뜨리려는 이유는 결혼 때문에 사제를 포기하는 사제 지망자가 많기 때문이다. 사제 수가 줄면서 아마존 일부 지역에서는 신자들이 몇 달 동안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또 사제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신자가 1만 명에 달할 정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심이 검증된 기혼자를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에 긍정적이다. 그는 2017년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심이 검증된 기혼자에게 사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을 오지에 보내 사목 활동을 장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 모든 남성 기혼자에게 사제직을 개방하거나 독신주의를 약화하는 방안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역사상 가톨릭 교단에서 기혼자가 사제 품을 받은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1년 교황청은 영국 성공회의 일부 기혼 성직자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할 때 예외적으로 사제로 임명했다. 종교적 뿌리는 같지만 종파가 다른 동방정교회, 성공회 등에선 오래전부터 기혼 사제를 인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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