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발표되자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체스판에 북핵 이슈가 올려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 시진핑의 ‘북핵 체스판’ 개입에 美 ‘FFVD’로 맞불
미 국무부는 17일(현지 시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의 평양행에 대해 “미국은 파트너 및 동맹국가,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20일부터 1박 2일간의 평양 방문에서 비핵화를 미중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제재 이행 책임을 다하라’며 중국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번 북-중 회담의 그림은 앞선 네 차례 북-중 회담과는 판이하다. 과거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대미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중국에 매달렸다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몰린 시 주석이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 요청에 적극 화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무역과 투 트랙으로 접근해오던 북한 문제를 G20 회의를 앞두고 동시에 꺼내기로 한 건 우리에게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판에 못 낀 靑 “남북 정상회담 매달리지 않을 것”
시 주석의 평양 방문으로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꿈쩍 않던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이번 북-중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장기 교착 국면에서 사실상 중국을 ‘비핵화 중재자’로 선택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상회담이 언제든 열릴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늘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G20 전이 될지, 후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정상회담) 거기에 너무 매달리기보다는, 어느 길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 매 순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첫 수를 둔 ‘6월 북핵 체스판’의 마무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재선 출정식으로 시작해 북-중 회담 결과에 대한 반응, 그리고 미중 회담, 마지막으로 방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5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다. 중국은 17일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을 공개하면서 “북-중 양국 지도자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진전을 추동할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월 북-중 회담에서 “공동 조정 연구하겠다”고 밝힌 비핵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입장이 이번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앞서 17일 오전 중국 지역 9개 공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21일 열겠다고 밝혔다가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이후 일정을 연기했다. 일각에선 중국 발표 전에 북-중 회담 개최 사실을 모른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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