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치른 것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든 것 같네요. 청와대에서 졸면 안 되는데…(웃음).”
어린이날이었던 지난달 5일. 어린 선수들과 함께 폴란드행 비행기를 탔던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지훈련을 포함해 44일 만에 귀국한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50)은 어느새 ‘유명인’이 돼 있었다. 19일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만난 정 감독은 폴란드에서보다 핼쑥해 보였다.
“귀국한 17일부터 계속 행사네요. 어제 잠깐 대구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오늘 새벽에 또 올라왔어요. 시차 탓인지 1시간밖에 못 잤고…. 그래도 잘해서 바쁜 거니 좋은 거죠.”
정 감독은 화제가 됐던 ‘마법의 노트’를 살짝 공개했다. 포메이션에 따른 전술과 각자의 역할 등이 상세히 수록돼 있는 이 노트는 지난해 11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배포했고 그 대회가 끝난 뒤 거둬들였다. 폴란드에서는 볼 수 없었다. 정 감독은 “좋은 쪽으로 쓰이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수거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채널A 스태프가 ‘체리 주스’를 권했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뒷얘기’로 밝히면서 유명해진 체리 주스는 4월 말 대표팀이 처음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을 때부터 ‘근육 손상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제공했던 음료다. “목이 말랐는데 감사합니다”라며 체리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정 감독이 “맛있는데 이건 아니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성분이 달라요. 편의점에서 사온 거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선수들이 폴란드에서 마신 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이었어요. 성분을 보고 주문한 건데 솔직히 맛이 없어요. 선수들도 처음에는 안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서로 달라고 했어요. ‘효과’를 몸으로 느낀 거죠.”
정 감독은 실업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가해 6년을 뛰었다. 28세의 이른 나이에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실업 선수 시절부터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정도로 학구파였다. 은퇴 후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성분이 다르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지도자를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선수로서’ 궁금한 것을 알고 싶었던 거죠. 사실 저희 때만 해도 그냥 ‘열심히 해라’ ‘많이 뛰어야 체력이 좋아진다’ 이랬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정 감독이 스페인까지 직접 날아가 구단에 부탁해 데려왔던 이강인(발렌시아)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하며 스승의 기대에 보답했다. 막내였던 이강인은 2년 뒤 이 대회에 다시 출전할 수 있다.
“강인이에게 농담 삼아 ‘2년 뒤에는 네가 주장하면서 우승까지 해 보라’고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장담 못 해요. 이미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선수인 데다 그때는 어느 팀에서 뛸지도 모르는 거고….”
폴란드에서 만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 쌤(정 감독)이 너무 잘해 주신다. 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고 싶다”면서도 어려워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자식뻘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했는지 물었다.
“충분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눈높이’를 맞춰 ‘눈높이 교육’을 해야 돼요. ‘우리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은 요즘 세대에게는 안 통하니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