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임기 성적표는 뒤집기 경험… 지지율 열세에도 느긋
러시아 스캔들-도덕성 논란이 변수로
2015년 6월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대권 도전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는 세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불법이민자 대책, 중국 멕시코와의 무역 불균형 해결,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안) 폐지다. 당시 민주당 주자들은 물론 공화당 경쟁자들도 이런 공약을 내놓은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비웃었다. 오바마케어를 제외한 두 공약은 당시 미 정치의 중대 현안으로 평가받지 않았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그의 판단은 옳았던 셈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양대 업적으로 이민과 무역을 꼽고 있다. 여기에 20여 년 만에 찾아온 경기 호황까지 겹쳐 그의 재선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재선 출정식에서 재집권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것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표출”이라며 “2016년 대선 주제들을 반복할 것임을 암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출정식 장소로 플로리다주를 택한 것은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중 캘리포니아(55명)와 텍사스(38명)에 이어 뉴욕과 공동 3위인 2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치열한 경합주이기 때문이다. 다만 12∼17일 퀴니피액대가 플로리다 유권자 약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41%의 지지율로 민주당 1위 조 바이든 전 부통령(50%)에게 뒤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등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모두 열세였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느긋한 모습이다. 지난 대선 때도 초기에 뒤지다 막판 뒤집기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도덕성 논란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란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탄핵 논의는 재선 후에도 그를 따라다닐 골칫거리다. 외교력 강화도 시급하다. 지난 4년간 명확한 원칙 없이 즉흥적 판단이나 개인적 친분에 따라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일이 잦았다. 결과적으로 중동 내 미국의 군사 개입이 확대되고, 전통 동맹국과의 갈등도 심화됐다. 허핑턴포스트는 16일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도력은 최하점”이라고 비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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