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vs 북중동맹, 어느 쪽이 더 강한가

  • 신동아
  • 입력 2019년 6월 20일 15시 59분


美는 韓 떠나도 中은 北 못 버려


● 워싱턴서 ‘韓, 中으로 갈 동맹’ 인식 확산
● 동맹 의무는 지키지 않고 무임승차만 원해
● 北·中 ‘군사 개입 조항’ 여전히 유효
● 기로에 선 한미동맹… “선택 잘 해야”


외교·안보 당국자 A씨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두고 “무례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 발언을 연거푸 내놓아서다. 해리스 대사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입에 담는 이도 있다.

6월 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말한 데 대해 해리스 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I disagree with that statement)”고 반박했다.

해리스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북·미 협상과 관련해 내놓은 ‘굿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두고 “뭔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 적도 있다. “그것이 제재 완화를 지칭한다면 대답은 노(No)”라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 미국대사가 한국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이례적 일이다.

“모든 사람의 친구는 아무의 친구도 아니다”

미국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라고 한국을 압박한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군사·안보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윽박지른다. 한국 정부는 중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통상 마찰이 아니라 중국을 주저앉히려는 워싱턴의 세계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대 소련을 압박한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을 내리누른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중국의 외연 확장 및 이양(二洋·인도양,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게 골자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남중국해 중국 포위 구도에 동참하라는 요구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한국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3월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회담 때 이 총리가 리 총리에게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으나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미·중 갈등이 통상 마찰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제로섬(zero-sum·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도)으로 엮인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에서 ‘균형’을 중시하나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화웨이 사태의 경우처럼 제로섬 게임으로 구조화하면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견해는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교가에는 “모든 사람의 친구는 아무의 친구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의 핵심 이익이 걸린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미국이 강력히 원하는 한미일 안보 공조는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문재인 대통령)라는 언사로 정리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의 정식 배치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미루고 있다. 4월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한국은 왜 한미일 공조에 소극적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미국-일본-호주-인도-베트남의 중국 포위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29개국 및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6개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반면, 중국은 파키스탄과 동맹에 준하는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동맹은 북한이 유일하다.

한반도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조중(朝中·북한과 중국)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이 병립하는 정전(停戰) 상태다. 기본적으로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부딪치는 구조인 것이다. 한미동맹의 뒷배에는 미일동맹이 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은 어느 쪽이 더 강하고 공고한가.

군사력부터 보자. 중국군 연구 권위자인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의 군사력은 지역 패권을 목표로 했다고 보기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봤다.

“중국 군사력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 같은 나라와 비교해야 한다. 중국은 2035년은 돼야 미국과의 비교가 아닌 주변국(한국 일본 인도 호주 대만) 차원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군사력을 확보할 것이다.”

중국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 패권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에너지 수입 통로다. 유사시 남중국해가 막히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 섬과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까닭이다. 중국은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그림 참조> 역사적으로 중국의 바다였다는 게 명분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일본, 인도, 호주와 함께 중국을 포위한다. 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에 베트남도 참여할 공산이 크다. 친미반중(親美反中) 국가로 변모한 베트남은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강군몽을 이뤄내더라도 미국-일본-호주-인도-베트남을 동시에 대적하기는 어렵다.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은 어느 쪽이 더 공고(鞏固)할까.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는 “한국이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를 거부하고 중국으로 향하면 미국은 일본으로 방어선을 옮긴 후 미련 없이 떠날 것”이라고 했다.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러 해 동안 미국 조야(朝野)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나빠졌다. 미국은 한국을 한미 양자관계가 아니라 미·중관계의 시각에서 들여다본다.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다수 학자가 한국은 통일이 되거나 중국이 패권을 잡는 시대가 오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해왔는데 최근 수년간 통일이 되면 넘어가는 게 아니라 이미 넘어갔다는 시각이 미국 정부와 의회, 학계에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2017년 11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전 미국에서 중국과의 ‘빅딜’론이 부각했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논의를 제기했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선임고문이 힘을 보탰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자는 게 미·중 빅딜론의 요지다. 배넌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빅딜론은 유야무야됐다.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 상호보호조약 제3조를 보자.

제3조 :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이렇듯 한미 상호보호조약은 전쟁 발발 시 자동개입 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참전은 워싱턴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국에서 69만 명의 병력과 167개 함정이 온다는 게 소설이 돼가고 있다.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없어져야 통일을 하든, 주도를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대목에서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100% 일치한다. 한국의 선택은 셋이다. 해양세력에 붙거나 대륙세력에 붙거나 아니면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다. 역사가 답을 해준다. 양쪽을 다 충족하려고 하면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중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동맹이 될 수 있을까. 한미일 안보 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북한과 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 제2조를 보자.

제2조 : 체약 쌍방은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1개 국가 또는 수개 국가들의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체약 상대국은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대목이 북·중동맹의 핵심 조항이다. 이렇듯 북·중동맹 조약에는 전쟁 발발 시 자동개입 조항이 있다. 중국에 한국은 이익을 논하는 외교 대상이라면 북한은 공산혁명(국공내전)과 항미원조전쟁(6·25전쟁) 때 피를 나눈 혈맹이자 동지다. 중국은 북한과 갈등이 생기면 냉각기를 가지면서도 핵심 이익이 문제가 되면 그때마다 북한을 끌어안았다. 2018년 네 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이 대표적 사례다.

“광대뼈-잇몸 같은 관계”

천안함 폭침사건 때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서 북한을 가해자로 명기하는 데 반대한 것과 연평도 피격사건 때 안보리 상정을 반대한 것은 북·중동맹 조약 제3조를 준수한 것이다.

제3조 : 체약 쌍방은 체약 상대방을 반대하는 어떠한 동맹도 체결하지 않으며 체약 상대방을 반대하는 어떠한 집단과 어떠한 행동 또는 조치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2006년 시작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2017년 상반기까지 북한에 실제적 압박을 주지 못한 것도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안보리에서 강한 제재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오랫동안 주재한 외교부 관료는 “중국과 한반도는 광대뼈-잇몸과 같은 보거상의(輔車相依·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가 서로 의지한다는 뜻) 관계”라면서 “미국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를 떠날 수 있어도 중국은 한반도를 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중국에 한반도는 인후(咽喉·목구멍)다. 한반도 서해안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북해함대와 동해함대를 묶어둘 수 있으며 중국 수도권과 경제 중심지 장강 델타를 타격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진해, 거문도, 제주도를 얻으면 대한해협을 통제하면서 서해 입구를 틀어막을 수 있다. 중국의 일관된 목표는 한반도 전체를 영향력 아래 두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말썽거리로 여기면서도 보호하는 것은 해양세력(미국, 일본)과 충돌 시 수도권 안보의 버퍼 존(Buffer Zone)이면서 미국에 넘겨줄 수 없는 요충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통상 마찰을 넘어 대만, 홍콩 문제로도 불똥이 튀는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6차 핵실험 이후 남북 간 안보 역학 관계가 역전됐으며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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