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참석 에쓰오일, 국내 업계 최대 규모 투자 2단계 석유화학 사업에 2024년까지 7조 원 투자 발표
에쓰오일(S-OIL)이 첨단 복합석유화학 시설을 앞세워 ‘석유화학 새 시대’를 선언했다. 업계 최대 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정유사에서 종합에너지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총 5조 원이 투입된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 준공 기념식을 26일 개최했다. 준공식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 방한에 맞춰 이뤄졌다.
행사는 서울 중구 소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칼리드 압둘아지즈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아민 H. 나세르 사우디아람코(에쓰오일 최대주주) 사장 등 업계 및 경제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자 중에서는 198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이번 준공식은 설비 공사가 완료(지난해 6월)된 후 1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상업가동은 작년 11월부터 이뤄졌으며 약 7개월 만에 준공 기념식이 진행된 것이다. 당초 에쓰오일은 지난 3월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사우디 왕세자 등 관계자 방한 일정을 고려해 행사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역대 최대 규모 설비 투자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번 복합석유화학 시설 가동으로 회사는 ‘석유에서 화학으로’ 체질이 혁신적인 전환을 이루게 된다. 사우디아람코에서 개발한 기술이 적용돼 저부가가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각각 연간 생산 규모는 40만5000톤, 30만 톤 수준이다.
특히 이번 시설 구축에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원이 투자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가 에쓰오일 단독 대주주가 된 이후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첫 사업으로 한-사우디 양국간 경제협력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다.
김철수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43년 전 작은 정유사로 출발한 에쓰오일이 정유·석유화학 사업 통합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석유화학 하류부문에 본격 진입하는 혁신적인 전환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정부와 울산시, 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 열정과 헌신을 쏟은 에쓰오일과 협력업체 임직원에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 첨단 복합석유화학 설비 구축으로 성장 동력 확보
에쓰오일은 신규 프로젝트 성공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핵심사업인 정유·윤활·석유화학 분야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존경받는 에너지 화학 기업이라는 비전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RUC(잔사유 고도화시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설비다. 신규 고도화시설 완공 이후 고도화 비율은 기존 22.1%에서 33.8% 증가하게 됐다고 에쓰오일 측은 설명했다. ODC(올레핀 하류시설)은 잔사유 분해 시설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투입해 산화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특히 이번에 에쓰오일이 도입한 잔사유 분해시설(HS-FCC)은 사우디아람코와 킹파드 석유광물대학교가 주도해 ‘JX닛폰(JX Nippon)’, ‘악센(Axens)’ 등과 개발한 신기술이다. 에쓰오일 측은 세계 최초로 해당 설비를 대규모 상용화에 성공해 더욱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이 설비는 고온 촉매반응을 통해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핵심설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새로 도입한 잔사유 분해시설은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프로필렌 수율을 25%까지 높였고 원유보다 값싼 고유황 잔사유를 사용해 원가 경쟁력 면에서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에쓰오일은 벙커-C와 아스팔트 등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중질유 제품 비중을 종전 12%에서 4%대로 대폭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늘어나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020년 1월에는 국제해사기구(IMO) 산박유 황함량 규제 강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에쓰오일은 저유황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맞춰 선제적으로 첨단 잔사유 탈황시설을 가동하고 고유황 중질유 비중을 70% 이상 줄일 수 있어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에쓰오일 측은 “석유화학 비중이 작년 8%에서 13%로 확대돼 핵심사업 분야에서 사업 다각화를 실현했고 올레핀 제품이 종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37%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며 “파라자일렌(46%), 벤젠(17%)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석유화학 2단계 사업에 7조 원 추가 투자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잇는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25일 사우디아람코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협약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7조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2단계 투자인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사우디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 Thermal Crude to Chemicals)기술 도입 등 폭넓은 영역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해 석유에서 화학으로 지평을 넓히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SC&D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 톤 규모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로 구성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사우디아람코는 스팀크래커 운영 경험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정 및 제품의 연구개발(R&D) 전문지식, 판매 역량 등을 바탕으로 에쓰오일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에쓰오일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도입한 경험을 활용해 사우디아람코 신기술 상용화에 협력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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