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평균 2995만원… 너무 적지 않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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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삼성생명, 10년간 지급액 분석


30대 중반의 회사원 정모 씨는 2년 전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정 씨의 어머니는 3년간 폐암으로 투병하다 눈을 감았고 외아들인 정 씨는 어머니의 병원비 등을 책임져 왔다. 정 씨는 자신이 어머니 이름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생전에 어머니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월 납입 보험료를 처음 가입했을 때의 절반 이하로 크게 낮춘 것이었다. 보험료가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가입 당시 1억 원이었던 사망보험금은 2000만 원으로 줄었다. 정 씨는 “미리 알았다면 내가 어머니의 보험료를 같이 내드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생명보험 보장 금액이 도시 가구의 연평균 지출액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의 사망을 주로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사망 보장 금액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낮고 우리나라 연평균 가구 소득보다도 적었다.

26일 삼성생명이 지난 10년간 지급한 18만5877건의 사망보험금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은 2995만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도시 가구 1년 소비 지출액인 3036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사망보험금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은 2290만 원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적었다.

사망 원인별로 보면 재해의 경우에 1인당 사망보험금은 10년간 평균 6276만 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보험금은 2393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암 사망자의 사망 직전 1년간 평균 치료비(2652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망보험금이 지금까지 지출한 치료비를 메우는 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사망보험금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삼성생명 종신보험 가입자의 가입 건당 사망 보장 금액(사망 시 받는 보험금)은 8081만 원이었다. 이는 2017년 가구 연평균 소득인 5705만 원의 약 1.4배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사망 보장 금액은 각각 1억9000만 원과 2억4000만 원으로 가구 연 소득의 각각 2.7배와 4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망보험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 경기침체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충분히 낼 수 없는 현실,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들고 있다. 가입자들이 자신의 사망 이후 남겨질 가족들의 필요 생활비를 미리 계산하고 보험료를 정하기보다 현재 가계 경제 상황에서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다.

또 사망보험은 가입자가 사망 후 남겨질 가족들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입하는데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의 경우 보험료를 많이 낼 이유가 부족하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망보험은 가입자가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라며 “최근 자녀를 낳지 않는 가족 구성원의 비율이 늘면서 본인 사망 후에 가족을 책임져야 할 이유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망보험에 가입할 때 본인 사망 후 남은 가족들이 향후 부담해야 할 비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들의 교육비, 월 생활비 등을 파악해 사망 후 필요한 보험금을 먼저 정한 다음 그에 맞춰 보험료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목표로 한 사망보험금이 너무 많아 매월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 될 경우 사망보험 가입 시점을 앞당기거나 납입 만기 기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의 보험계약 조건을 20년 만기로 바꾸면 보험료를 내야 할 총기간은 늘어나지만 매월 내는 보험료는 줄어든다. 김 연구위원은 “월 납입 비용이 큰 종신보험 이외에도 보장 기간이 짧지만 월 납입 보험료가 싼 정기보험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사망보험금#삼성생명#생명보험#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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