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륙교 명칭 놓고 지자체 갈등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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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지명위원회 ‘원산안면대교’… 태안군 “수용 못하겠다” 강력 반발
9월 임시개통前까지 합의 불투명

9월 임시 개통을 앞두고 있는 충남 보령 원산도와 태안 안면도를 잇는 연륙교. 충남도 제공
9월 임시 개통을 앞두고 있는 충남 보령 원산도와 태안 안면도를 잇는 연륙교. 충남도 제공
충남 보령시 원산도와 태안군 영목항(안면도)을 연결하는 연륙교의 명칭을 놓고 해당 시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임시 개통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논란은 충남도 지명위원회가 지난달 21일 위원회를 열어 연륙교 이름을 ‘원산안면대교’로 심의,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보령시는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태안군이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태안군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명위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재심의를 요구했다. 허재권 부군수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둘 이상의 시군에 걸치는 지명은 해당 시장·군수의 의견을 들은 후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 도 지명위는 태안군(솔빛대교), 보령시(원산대교)가 제안한 명칭은 물론이고 도의 중재안(천수만대교)도 무시한 채 위원회 개최 당일 ‘원산안면대교’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허 부군수는 “‘동백대교’(서천∼군산) ‘김대중대교’(무안∼신안), ‘이순신대교’(여수∼광양) 등에서 보듯이 두 지자체를 연결하는 교량 명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분쟁을 극복한 사례가 있었다”며 “우리가 제안한 솔빛대교는 보령시와 태안군의 상징 나무인 소나무의 의미를 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령시는 “솔빛대교란 이름은 소나무와 빛을 합성한 조어로 표준어가 아니라 지명 제정 원칙에 어긋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표준화 편람’은 표준어가 아닌 지명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며 “원산과 안면을 잇는 교량인 만큼 지명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지명이 도 지명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되면 15일 이내에 국토지리정보원에 보고한 뒤 국가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태안군의 반발로 도는 보고 자체를 보류한 상황이다. 도가 보령시장과 태안군수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양측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데 그쳤다. 나소열 도 문화체육부지사는 26일 “양측이 합의를 이루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악의 경우 국가지명위원회에 결정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도 지명위 결정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재심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8km의 이 연륙교를 9월 추석 귀성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임시 개통하고 12월에 완전히 개통할 예정이다. 이 연륙교와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대천항∼원산도 구간 6.9km)은 모두 2021년 완공 예정인 총연장 14.1km의 보령∼태안 간 국도 77호선 공사 구간에 포함돼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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