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테라급 TLC 고사양 상품 선보여… D램 이어 낸드 시장 적극 공략
다양한 솔루션 제품도 출시 계획
SK하이닉스가 128단 4D 낸드플래시(사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던 낸드플래시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이고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감산에 나선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8단 1Tb(테라비트)급의 TLC(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플래시의 개발 및 양산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96단 4D 낸드 개발 이후 8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올 하반기(7∼12월)에 양산하는 128단 1Tb급 낸드는 단위 면적당 가장 높게 쌓은 낸드 셀(Cell)이 3600억 개 이상 집적돼 있다. 낸드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LC 제품 중 1Tb급의 제품을 내놓은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현재 대다수인 256GB(기가바이트), 512GB인 스마트폰의 용량이 2TB(테라바이트)로 커질 수 있게 된다. 고집적 낸드로 낸드 개수를 줄였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낮아지고 스마트폰의 두께도 더 얇아지게 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과 동일한 4D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했다. 공정 최적화를 통해 96단 대비 셀 32단을 추가로 쌓으면서도 전체 공정수를 5% 줄인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128단 낸드로 전환할 때 들인 투자비용은 이전에 세대교체에 들인 비용보다 60%를 절감했다”며 “기존 공정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해 8개월 만에 128단 제품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D램 중심이었던 SK하이닉스가 고용량, 고사양의 낸드 제품을 내놓으며 낸드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 중 약 79%를 D램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에 못 미쳐 낸드 분야에 다소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켓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4.1%)로 2∼5위인 일본의 도시바(18.1%), 미국 웨스턴디지털(15.4%)과 마이크론(12.9%), SK하이닉스(9.6%)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128단 4D 낸드를 하반기부터 판매하고 다양한 솔루션 제품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또 176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하는 등 낸드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한 5세대(5G) 이동 통신 스마트폰 수요를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종훈 SK하이닉스 GSM담당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128단 4D 낸드로 낸드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업계 최고 적층, 최고 용량을 구현한 이 제품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적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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