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 끝에 전에 없던 인테리어 AS 보증 서비스를 선보인 박성민 집닥 대표.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집닥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는 “사업 스트레스로 탈모가 생겨 머리를 박박 밀었다”며 웃었다. 이고은 인턴기자
4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 시장에서 애프터서비스(AS)는 속 끓는 일투성이였다. 믿고 맡긴 시공사는 2, 3년 뒤면 어김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마감이 부실하고 건자재에 하자가 발견돼도 ‘바쁘니 나중에 가겠다’며 방문을 미루거나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왜 인테리어에는 AS가 없을까. 목돈을 들여놓고 힘들어하는 고객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성민 집닥 대표(44)가 2015년 불혹의 나이에 온라인 인테리어 중개업체를 설립한 이유였다. 사실 그는 창업 전 7번이나 사업에 실패했다. 19세부터 건설 현장에 나가며 인테리어, 분양대행, 시행사로 사업을 키웠지만 100억 원대 부도를 내고 신용불량자가 된 건 찰나였다.
“망하기 전엔 돈에 미쳐 있었죠. 달라는 걸 덜 주고 일은 더 시키다 보니 결국 돈도 사람도 잃게 되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성공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집닥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는 “실패는 트라우마가 아니라 자산”이라며 7전 8기 끝에 길어 올린 창업의 교훈을 풀어놨다. 집닥은 업체 중개를 넘어 ‘AS 3년 보증’ ‘계약 위반 발견 시 재시공’ 등 파격 서비스로 4년 만에 인테리어 비교견적 업계 1위에 올랐다. 2016년 5월 21억 원이던 누적 거래액은 3년 만에 2200억 원으로 뛰었고 월평균 거래액은 130억 원이 넘었다.
“인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인테리어 특성상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고객에게 AS 해주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았죠. 하지만 선심과 배려로 시작한 서비스에서 ‘평판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습니다.”
창업 후 1년 정도가 지나자 밑 빠진 독인 줄 알았던 AS가 사람을 부르는 화수분이 됐다. 전에 없던 AS를 맛본 고객들은 친지와 파트너들에게 집닥을 소개했다. 전에 집을 수리했던 고객이 나중에 산 건물의 인테리어를 통으로 맡긴 적도 있다. 프랜차이즈나 기업 고객도 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진정성은 투자자 마음도 사로잡았다. 자금 고갈로 폐업일자까지 받아놨던 위기도 있었지만 캡스톤,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들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투자액은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 말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200억 원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인테리어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신뢰를 앞세운 집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셈이다.
직원 복지를 강화하니 사람이 더욱 모였다. 집닥은 직원 부모님 통장에 매월 10만∼20만 원씩 용돈을 입금한다. 1, 2년 차 직원에게 리프레시 휴가로 해외여행 경비를 대준다. 직원 지인들이 회사 자랑을 듣고 “빈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먼저 부탁하기도 한다. 벌써 10명 넘게 소개한 직원도 있다. 박 대표는 “환경이 열악한 스타트업에서 1, 2년 다니는 것은 대기업에서 10년, 20년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마운 직원들과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보답하는 게 당연하고 여유가 생기면 10배, 100배 더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집닥이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버린 박 대표는 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표 지분은 작지만 우군이 많이 생겨 혼자 운영할 때보다 훨씬 더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창업이 고객을 이해하고 사회에 돌려주는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회 환원은 여유 되면 하는 거라고요? 아니요. 하면 여유가 오는 겁니다. 비웠더니 채워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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