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독일 등 유럽 지역과 비교해 더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다. 특히 차량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간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스타트업 사업발표회)’에 기조 연설자로 나선 필리프 그나이팅 다임러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총괄(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만나면서 유럽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시각을 발견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기술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상황이다. 벤츠를 만드는 100년 역사의 독일 다임러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임러는 2016년 그나이팅 총괄 등이 주도해 모빌리티(이동 수단)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투자 연합체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전 세계에서 5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다임러는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속한 스타트업들의 총 기업가치를 20억 유로(약 2조64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그나이팅 총괄은 “과거에는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려면 10억 달러(약 1조16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가능했는데, 이제 스타트업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함께할 수 있고 여러 기업들과 협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다임러 외에도 BMW그룹의 포르셰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최근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합류했다. 그나이팅 총괄은 “현대차의 참여로 스타트업 아우토반의 가치와 위상이 올라갔다”면서 “현대차를 포함한 파트너 업체들이 서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사업 기회를 논의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다임러 등의 파트너 업체와 유럽 지역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부 규제와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로 자율주행 및 차량 공유 서비스의 성장이 정체된 것과 관련해 그나이팅 총괄은 “독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쉽게 모든 신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다임러 역시 자율주행차 시범 주행 사업을 올 하반기(7∼12월) 중 규제가 비교적 적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그나이팅 총괄은 “언제부터 차량 공유 쪽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할 수 있을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유 서비스는 그간 준비를 해왔고 앞으로도 대응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그나이팅 총괄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완성차 업체 등 전통 제조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사업 방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임러는 20년 후의 미래를 혼자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의존하고 협업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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