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당 회의에서 “통일부에 우리 국민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금강산 평양 개성 등 북한을 많이 관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정부가 (북한 관광을) 적극 권장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가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북한 관광이 대북제재 대상이냐고 물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관광 그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당 대표가 요구하고 주무 장관이 호응하는 모양새를 봐선 금강산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인 데다, 금강산관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진작부터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예고해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처럼 이번 서울 회담에서 금강산관광에도 긍정적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 대표는 ‘대북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긴장 완화 방안’이라고 했지만,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현금의 대량 유입이 불가피하고 이를 금지한 유엔 제재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 대가가 핵개발 자금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우리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다. 이후 제대로 된 사과나 신변안전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선심 쓰듯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런 적반하장에도 관광을 재개한다면 당장 우리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요즘 여권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먼저 질러야 한다’는 주장이 퍼져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에도 “한국 대통령이 일을 저질러 놓고, 즉 기정사실화시키고 미국에서 양해받는 ‘선(先)조치, 후(後)양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반짝 북한의 환심을 산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대북제재 위반과 국제공조 이탈 논란에 우리 내부의 갈등까지 온갖 후유증만 낳고 남북관계는 더욱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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