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근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는 서울 집값 때문이다. 또 “조금이라도 과열될 것처럼 보이면 준비하고 있는 정책들을 즉각 시행하겠다”며 다른 대책들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장관은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관리하는데 그 실효성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현재 HUG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오를 기미를 보이는 주택시장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달 전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안정된 상태”라고 평가했지만 기류가 바뀌었음을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를 땅값(택지비)과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뒤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되면서 전면 실시됐다. 2015년 4월에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조건부 실시로 바뀌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 11월에는 민간택지 적용을 늘리려고 완화된 조건을 만들었지만 적용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그 대신 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 원래 분양가가 주변 분양가 또는 시세의 110%를 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그런데 올 들어 일부 단지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데다 기준 선정도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어 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의 한계점이 노출됐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후분양제를 택하는 등 분양가 통제를 피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안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민간택지 적용 기준을 더 완화해 적용 대상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정부가 민간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 가능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김 장관은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발표할 때인지는 시기를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세율 인상,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이 추가 대책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해신공항 사업(김해공항 확장안)의 적정성을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하기로 한 것에 대해 김 장관은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국토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현 계획의) 기술적 쟁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총리실 주재로 논의해 합의점을 찾자는 의미이지 원점으로 돌린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타다 등 모빌리티 산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7월에 택시와 플랫폼업계의 상생 종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 관련 질문에 김 장관은 현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고양정)에서 다시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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