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감능력도, 시대감각도 뒤처지는 한국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8일 00시 00분


자유한국당이 26일 전국 여성 당원 1600여 명이 참석한 당 행사 도중 민망한 퍼포먼스로 구설에 휘말렸다. 장기자랑 순서에서 경남도당 여성 당원들이 무대 위에서 엉덩이를 관중석으로 향한 채 바지를 절반 정도 내리고 속바지 형태의 흰색 반바지 위에 쓴 ‘한국당 승리’라는 글씨를 내보인 것이다.

당시 행사장에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참석해 있었다. 한국당은 논란이 일자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지방 당원들의 과잉 의욕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당이 장기자랑까지 사전 검토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행사 직후 황 대표는 “전 이런 걸 보면서 한국당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기자랑 전체에 대한 총평이긴 하지만 해당 퍼포먼스가 얼마나 민망하게 보일지에 대한 감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차별화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스펙이 없이도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로 자신의 아들을 들어 구설에 올랐다. 정치인으로는 신인에 가까운 황 대표에게 모든 현안을 두루 잘 파악해 늘 적절한 발언을 하는 능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의 필수 자질인 공감능력에 의문이 들게 한다.

앞서 한국당은 일부 의원을 비롯해 원내대표와 대변인까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막말은 상대 당과 서로 주고받은 측면이 있고 상대 당이 신랄할 비판까지 막말로 매도한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보수 정당은 지지자들이 대체로 안정 지향적이고, 이념 이전에 교양과 품격을 보여줄 수 있어야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다. 감정만 앞세워 막말을 퍼부으면 점점 더 극우 정당화하는 것이다.

엉덩이춤 퍼포먼스는 한국당의 당원들도 당 지도부도 미투 운동 이후 변하는 사회의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어찌 보면 막말보다 더 심각한 한국당 전반의 뒤처진 시대감각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한국당이 보다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하는 해프닝이었다.
#자유한국당#엉덩이 퍼포먼스#황교안#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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