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폐기로 불가역 비핵화” 논란
美, 비핵화 협상 재개 타진중에 김정은 주장에 힘싣는 발언 우려
靑 “완전 비핵화 의미 아니다” 수습… 北 “북미대화 南 참견할 일 아니다”
한국 정부의 ‘촉진자론’ 일축
청와대는 북핵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그간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end state)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한다”고 강조해왔다. 비핵화 협상의 최종 목표에 대해 북-미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6일 발언은 비핵화 목표에 대한 백악관과 청와대의 이견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과 워싱턴 외교가에서 즉각 우려의 뜻을 밝힌 것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시작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백악관은 비핵화 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영변 외에 ‘플러스알파’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영변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26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공유하고 있는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으로서 의견을 표출할 권리는 당연히 있지만,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미국과 협의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청와대도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변 핵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입구”라며 “영변 비핵화가 곧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인터뷰에는) 어느 단계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간주할 것인지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날 해명이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뿐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여전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핵심 외교 참모인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한 포럼에서 “영변에는 핵 관련 시설이 300개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 북한 핵 시설의 60∼70%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가장 최근 영변 핵시설을 참관했던 미 핵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의견”이라며 전날 문 대통령의 언급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정보당국이 헤커 박사에게 ‘영변 핵시설 능력을 과장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27일 담화를 내고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북한)와 미국이며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비핵화 촉진자론을 일축하면서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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