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맘에 들었건 아니건, 엔드게임은 제목처럼 한 시대를 종언했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가 있나.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에피소드가 또 등장할 터. 그런 시점에서 그래픽노블 ‘시빌 워Ⅱ’는 또 다른 서사시의 출발을 가늠해볼 좋은 스포일러가 돼줄지도 모르겠다.
실은 전작 ‘시빌 워’(2009년 국내 출간)는 마블에겐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슈퍼맨 배트맨이 포진한 DC코믹스에 비해, 다소 ‘사이즈’가 작다는 세간의 평가를 한방에 뒤집어줬다. 2016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개인적 은원과 감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원작 만화는 훨씬 크고 심오한 주제를 버무려냈다. ‘아이언맨 vs 캡틴 아메리카’ 대립 구도를 통해 집단 혹은 국가의 이익(안보)과 개인의 자유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시빌 워Ⅱ’는 또 다른 난제를 갖고 돌아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를 예방해 다수의 안전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그게 가능하다 해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죄를 묻는 게 정의일까. 이번엔 아이언맨과 캡틴 마블이 중심이 돼 대립각을 세운다. 그리고 또 한번 내전으로 피를 흘린다.
솔직히 말하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작의 충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 많은 희생과 더 많은 반전이 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을 읽지 않고는 마블 세계관의 향배를 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아쉽다곤 했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뜻이지 졸작이란 얘긴 아니다.
엔드게임은 의외로 ‘슬펐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하지만 우리는 안다. 1세대가 떠났다고, 디즈니나 마블이 그리 호락호락 물러설까. ‘시빌 워Ⅱ’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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