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쇼맨(a showman by nature)이자 드라마틱한 순간을 즐기는 (TV쇼) 전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을 지켜본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가시철조망과 무기로 무장된 군사분계선에서 66년 만에 북-미 두 정상이 처음으로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리얼리티 쇼였다. ○ 재선 캠페인 위한 ‘리얼리티 쇼’ 연출
미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소식을 일제히 온라인 헤드라인 뉴스로 전했다. CNN은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무장된 국경을 넘어 북한에 갈 것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외교 스타일, 연극을 조율하는 그의 재능과 맞물려 가능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오늘 회담이 실제 변화의 계기가 될지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관계에 ‘상전벽해(sea change)’의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의 ‘세기적 만남’을 구상한 것이 2020년 대선 캠페인 활용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트럼프의 재선 캠프는 DMZ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 역할을 부각하는 대표적 성과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첫 TV토론을 열며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회담은 차기 대통령직을 노리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비추어졌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려놓았다”고 평했다. ○ 회담 긴급 타전한 외신…교황 “평화 진전”
일본 NHK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때부터 생중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여야 대표 토론회에서 “오늘 (사실상의) 북-미 정상회담이 행해졌다”며 “최후에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 보고 (납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의를 갖고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도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 신속히 속보로 전했다. 신화통신은 “국제관계 역사에서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몇 시간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 만남 문화의 좋은 사례를 보았다”며 “이 같은 중요한 행동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평화로 가는 길에서 한 단계 진전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DMZ 드라마, 위기이자 기회”
이번 DMZ 회동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선전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담은 김 위원장이 핵 문제에서 내준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즉흥적인 회담으로 (미국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합의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아직도 그들이 의미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분명히 표현하지 않았다”며 “북한 협상가들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도록 허가를 받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김 위원장이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했던 ‘세계적인 인정’을 얻었다”며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얻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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