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배석한 폼페이오-리용호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전날 열린 3차 북-미 정상회담 사진. 북-미 정상과 함께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각각 배석한 모습이다. 북한 외무성 라인이 대미 협상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르면 이달 중순 재개될 비핵화 실무협상으로 옮겨 가고 있다.
관건은 대화 테이블에 어떤 카운터파트가 마주 앉을지다. 미국 쪽은 북한의 집요한 교체 요구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라인이 유지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나에게 협상팀에 대한 책임을 맡겼다”며 “(북-미) 양측이 각자의 협상 대표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가 나를 대표해 협상할 것”이라며 비건의 실무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 3주 내에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하면서 ‘카운터파트를 정하고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이미 비건 대표로 정했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실무협상단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판문점 회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라고 확인했지만 인물을 특정하진 못했다. 특히 비건과 마주 앉을 실무협상 대표가 미정이다. 일각에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재등판을 점치고 있지만 올해 초 스웨덴 스톡홀름 남북미 북핵 수석대표 회담 때보다 격상된 최선희가 직접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도 오랫동안 협상 최전선에 있었던 최선희를 대체할 후임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탁된 ‘뉴페이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수석대표는 불투명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건재함을 과시한 리용호 외무상과 ‘김정은의 입’ 최선희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축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리용호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구축한다면 대미 협상에 특화된 최선희가 예전의 김계관 부상이나 강석주 전 외무성 제1부상(1939∼2016년) 같은 실무협상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까지 비핵화 대화를 책임졌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물러나고 외무성이 카운터파트로 등극한 데 대해 미국은 속으로는 반기고 있다. 김영철보다 외교관인 최선희나 리용호가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상대라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평양에 “협상 파트너에서 김영철을 빼 달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외무성 라인은 결코 녹록지 않은 협상 상대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의 핵 협상을 20여 년 진행해 온 외무성이 협상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빅딜’ 요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미 외교 간판’이었던 강석주 전 부상 밑에서 대미협상 전략을 배운 최선희는 그런 점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종 결정은 김정은이 하지만 그의 위임을 받고 협상에 임하는 대미 라인은 지금의 국무부 대북 담당자들보다 경험이 풍부하다.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실무협상이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면서 기대만큼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판문점 회담 직전까지도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실무 협상자들을 맹비난했고, 한국을 향해서도 “참견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북한을 향해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는 유지된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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