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7시 45분. 경기 김포시의 한 버스정류장. 8601번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김모 씨(33)는 발을 굴렀다. 김 씨는 평소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인근의 은행으로 출근한다. 그런데 평소 10∼15분 간격으로 오던 버스가 이날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김 씨는 지각을 할 것 같자 택시를 타고 인근의 지하철 5호선 방화역으로 향했다. 김 씨는 “아침마다 회의가 있어 늦으면 안 된다. 버스 운행 횟수를 줄였으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버스를 타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한모 씨(35)는 “25분을 기다렸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김포시의 300인 이상 노선버스 회사 3곳 중 2곳이 41개 노선에서 383대의 운행을 줄였다. 그동안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있던 300인 이상 노선버스 회사도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27일 김포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있는 김포시의 버스 회사들은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승객 감소까지 예상되자 다른 지역보다 빨리 운행 횟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우려했던 ‘버스 대란’은 없었다. 버스회사가 근로시간 단축 계획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9월 30일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계도 기간에는 52시간 근무제를 어겨 적발되더라도 최장 6개월의 시정 기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은 운전사 신규 채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계도 기간이 끝나면 김포시처럼 운행을 줄이는 회사들이 속출해 시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의 300인 이상 버스회사 80곳 중 41곳(5월 말 기준)의 운전사들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고 있다. 국토부는 버스회사의 직원 채용을 지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인력 채용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난달 버스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회사 측은 “정부가 대책 없이 인력 충원을 강요하면 결국 운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만큼 운전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들의 임금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경기도가 버스 요금 인상 대책만 발표했지 정확한 인상 날짜를 정하지도 않았다”며 “버스요금이 언제 오를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람을 마음 놓고 고용할 수 있겠나.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결국 전체 버스의 10∼30%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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