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4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일 이란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저농축(3.67%) 우라늄 저장 한도 300kg을 초과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1년을 맞은 올해 5월 8일 ‘1차 핵합의 이행 축소’를 선언했다. 이달 6일까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 및 금융 거래 등을 재개하지 않으면 ‘2단계 조처’를 시작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 ‘불이행’의 핵심이 바로 농축우라늄 및 중수(重水)의 보유 한도 초과 저장이며 이를 직접 행동으로 증명한 셈이다. 핵합의 후 이란은 농도 20%의 고농축우라늄을 3.67%의 저농도로 희석시키고 보유량도 최대 300kg으로 제한해 왔다.
‘2단계 조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핵 전문가들은 사실상 핵개발의 첫 단추로 꼽히는 고농축우라늄 생산,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중수로 건설 재개 등을 거론한다.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설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나는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이란 정권은 핵 야망 및 악의적 행동을 끝내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세계를 주도하는 테러지원국 이란이 국제사회와 지역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란이 핵 개발 계획을 지속하는 한 경제적 압박 및 외교 고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20일 이란의 미 드론 격추 사건 후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갔다. 미국은 이 사건 후 카타르에 F-22 스텔스 전투기도 배치했다.
반면 이란은 이번 조처가 핵합의 위반이 아니며 ‘완전 파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핵합의 26조, 36조에 따르면 서명국 중 어느 한쪽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이란은 핵합의 이행 범위를 ‘부분 중단’할 수 있다. 즉, 이란은 이 조항에 근거한 정당한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유럽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이번 조처를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유럽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해 이란과 합법적으로 교역 및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설립한 금융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의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유럽에 “미국 제재를 무시해 달라”며 더 많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일제히 이란을 비판했다.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즉각 과도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핵 의무 파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도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합의를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이란이 이를 파기하면 우리도 포기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란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면서도 “이란의 결정은 미국의 전례 없는 압박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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