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케이팝깨나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케이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30)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10년대 초부터 미국 빌보드, 포브스,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며 싸이,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한국 가수의 매력을 알렸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열린 ‘문화소통포럼(CCF) 2019’에 참석한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일 만났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대표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교수)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가 주최하는 CCF는 세계 문화계 리더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자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다. 그는 지난달 방문한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음악 산업 콘퍼런스’(Midem) 얘기부터 꺼냈다.
“케이팝이 뭔지, BTS가 누군지 설명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프랑스 회의장에 모인 세계인들이 이제 케이팝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활용할지 더 궁금해하고 있거든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라며 2015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가 케이팝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뭘까.
“어머니는 저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닐 때부터 늘 휴대용 라디오에서 나오는 세계 각국의 음악을 들려주셨어요. 가사는 잘 몰라도 음악에는 뭔가 연결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었죠.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케이팝이 나타났고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가 오래전부터 즐기며 “매력적 음악”이라고 주장한 케이팝은 이제 하나의 음악군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케이팝의 흥행 요인으로 메시지, 아이디어, 진정성을 꼽았다.
“청년, 학생, 한국인으로서 가수가 겪는 인간적이고 보편적 모습을 비추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던진 게 주효했다고 봐요. 이를 유튜브, 미디어를 통해 세련된 패션과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했죠.”
그는 케이팝 가수의 계보를 줄줄 외며 “BTS의 후발주자 탄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단, 반드시 한국적 매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것은 섹시하고 미래적인 면을 강조하는 미국적 모습을 따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NCT 127, 블랙핑크, ITZY 등 여러 가수가 ‘포스트 BTS’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세계가 한국적 정체성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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