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뢰문제 언급하며 직접 공격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日 경제보복 파장]‘징용판결 보복’ 사실상 시인한 셈
고위 관계자 “이게 끝이 아니다” … 日언론 “수출규제 품목 확대 검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일본 최고위 인사들이 2일 한국을 표적으로 한 사실상의 경제 보복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율배반적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경제산업성이 3개 반도체 부품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가(일본)와 국가(한국)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먼저 신뢰를 깨뜨렸기에 일본도 수출 규제에 나섰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가 징용 문제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리 스스로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에 대한 보복 성격임을 시인한 셈이다.

스가 관방장관도 정례기자회견에서 ‘왜 이 시점에 수출 규제를 강화했느냐’는 질문에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를 일본 정부가 지칭하는 용어)’에 대해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스가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모두 이날 “징용 문제의 대항 조치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무자급인 경제산업성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일본 기업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자 선에서는 이번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이번 조치는 일본이 그동안 주창한 ‘자유무역 추진’ 방침에 역행한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불신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초강수에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도 “최종적으로 총리관저와 주변 의원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추가 보복 조치다. 일본 고위 관계자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교도통신도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대상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측의 움직임이 느린 가운데 한층 더 강경 조치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행동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징용판결#수출 규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