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상대하느라 진땀 빼고도 정부의 허술한 대응방식 여전
순환근무론 전문성 못 키워… 경험 많은 로펌, 재기용 쉬워져야
신희택 무역위원장이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에서 정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응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제공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패소하면 국민 세금으로 배상해 줘야 하니 유능한 ‘국가대표팀’이 방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한 뒤 금융위원회 담당자만 몇 번 바뀌었나요.”
‘ISD 전문가’로 꼽히는 신희택 무역위원장(67)은 한국 정부의 ISD 대응에 대해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론스타가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역대 최고 규모(5조 원대)의 ISD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 너무 허술하다는 얘기다.
신 위원장은 지금 론스타의 ISD 중재를 맡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한국인 최초로 중재위원장을 지낸 ‘ISD 전문가’다. 그가 의장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에서 지난달 말 신 위원장을 만났다.
신 위원장은 ISD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는 공무원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공무원이 2년쯤 일하며 ISD를 좀 알만 하면 바뀌니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ISD 대응은 실전인데 공무원들을 연습시키나’란 생각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ISD는 연습게임이 아닌 국민의 세금이 걸린 실전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일반적인 순환근무 원칙이 아닌 다른 원칙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 ISD 대응팀’을 만드는 데도 규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위원장은 “과거 ISD 경험이 있는 로펌을 다른 ISD 대응에도 쓸 수 있어야 정부도 중재에서 유리하고 변호사들도 실력을 키운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조달 관련 규정에 따라 로펌들은 매번 입찰을 새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론스타의 ISD 판정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판정이 지연되는 배경에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론을 피하려고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론스타 사건은 분쟁 기간이 워낙 길고 사건 자체가 복잡하니 판정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실제 판정까지 10년씩 걸리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혹시나 정부가 패소해 취소 절차를 고려할 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위원장은 “취소 절차를 진행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판정이 나오면 정부는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법률적으로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취소 절차는 (취소 사유가) 명확할 때만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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