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어선의 노크 귀순에 대해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군 경계 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지만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해안경계에 직접 책임이 있는 8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합참의장 등은 엄중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사건의 책임을 군 내부 일선 지휘관으로 국한시킨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달 15일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입항한 지 이틀 뒤 브리핑에서 어선이 발견된 곳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당일 해경은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합참 지휘통제실에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곧바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어느 선에서 수정 지시가 내려갔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사건의 파장을 막는 데 급급했다.
정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어선의 입항 당일에 상황 판단회의를 주재한 정 장관이 부하들만 문책한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이래서야 군의 기강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방식도 문제다. 외부기관 조사 없이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은 자체 조사만 했다. 그래서 정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아예 조사하지 않았고, 국방부 브리핑에 몰래 참석해 물의를 빚은 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도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문제없다”고 넘어갔다. 이런 ‘셀프 조사’ 발표를 믿을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합조단 조사가 처음부터 조사 의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의 경계 실패도 문제지만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말 바꾸기와 은폐·축소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을 의식하는 태도가 안보 실무자들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상세하게 밝혀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