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어제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노총은 이번 파업에 학교비정규직 5만여 명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사회복지사,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 등 10만여 명이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파업 인원을 2만6000명으로 집계한 것과는 차이가 크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부문 업무가 차질을 빚어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어제 전국 공립 초중고교의 26.8%(2802곳)에서 급식을 빵이나 떡으로 대체하거나 단축수업을 해야 했다.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학교비정규직은 교사나 공무원은 아니지만 영양사·조리원·돌봄전담사·시설관리사 등 교육공무직으로 분류된 종사자들이다. 지난해 기준 14만2864명으로 이미 82%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정년 60세가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임금을 6.24% 일괄적으로 인상해 ‘9급 공무원의 80% 수준’에 맞추고 교육공무직의 법적 근거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과 진배없어 앞으로 교육예산이 감당할 수준인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비정규직 파업사태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장담했을 때 이미 예고됐던 바다. 역대 정부에서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교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들의 처우가 열악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보다 정규직으로 신분만 서둘러 전환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공무원시험 출신 공무원과 공무직 사이에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며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학교라는 특성을 외면한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면 대체급식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학교, 도시락을 싸오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부터 밥을 굶게 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정규직의 양보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정규직 노조원이 70%를 차지하는 민노총이 학생들의 불편과 교육 혼란을 볼모로 파업을 독려하고 확산시키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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