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이른 아침 출근길. 평소처럼 버스에 탄 A 씨는 내릴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버스 기사에게서 술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기사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를 달리는 버스는 급정지와 급출발을 반복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하차한 A 씨는 버스 기사의 음주운전 사실을 112에 곧바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버스를 뒤따라가 이날 오전 5시 30분경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정류장에서 버스 기사 B 씨(56)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음주 측정 결과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였다. A 씨는 하차할 때 버스에 네다섯 명의 승객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날 술을 마셨지만 잠을 충분히 자 술이 깬 줄 알았다”고 말했다. B 씨는 오전 4시 40분경 서울 송파구의 한 차고지에서 버스를 배차받은 뒤 풍납1동 동아한가람아파트 정류장을 출발했다. 이후 붙잡힐 때까지 50분간 15km가량 버스를 몰며 38개의 정류장을 지났다. B 씨는 “전날 오후 4시부터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소주 1병 정도를 마시고 일찍 잠에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 씨가 소속된 운수업체는 B 씨가 차량을 배차받을 때 음주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수업체는 운행 전 운전사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기록에 남겨야 한다. 음주 상태로 확인되면 운행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업체는 사업자 면허가 정지·취소되고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강남경찰서는 해당 운수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위해 서울시에 알렸다. 운수업체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이 ‘술 냄새도 안 나는데 왜 측정하냐’고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 일쑤다”라며 “강제로 측정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B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28일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배차 전 차고지에서 음주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를 계기로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운전사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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