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고 있는 주부 A씨(37)는 최근 급하게 서울에 전셋집을 구해야 했다. 지난주 갑작스럽게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까지 부산의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서울에서도 새 아파트에 살려고 마음을 먹고 집을 찾던 중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발견했다. 남편의 직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신규 입주 아파트였다. 꼼꼼한 A 씨는 전세로 임대차계약을 진행하기 전 등기부에 공시된 소유자와의 권리관계를 확인해 봤다. 해당 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아직 되지 않은 미등기 상태였다. 공인중개사는 미등기 아파트라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데 문제 될 것이 없다며 계약을 재촉했다. A 씨는 임차인 계약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 일단 계약을 미뤘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키즈룸, 북카페, 도서관 등의 커뮤니티 시설 때문에 신축 아파트는 인기가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 입주 예정 아파트는 서울지역 아파트 1만3837채를 포함해 총 6만635채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신축 아파트 매수뿐만 아니라 전·월세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정된 물량 대비 찾는 이가 많다 보니 앞서 A 씨 사례처럼 신축 아파트로 입주할 때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미등기 상태인 신축 아파트에 전셋집을 얻을 때에는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 우선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분양 계약서의 권리자가 실소유자인지 시공사 혹은 시행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분양을 받은 사람, 즉 수분양자가 분양권 전매를 하고 난 뒤라서 소유자가 아닌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했다면 그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가 된다.
분양대금이 완납되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일부 수분양자 중에는 대금을 완납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있다. 분양대금이 미납된 상태에서는 수분양자를 진정한 소유자로 보기 어렵다. 당연히 이런 수분양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최악의 경우 분양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등기부를 확인했을 때 분양권에 ‘가압류’, ‘처분금지가처분’ 같은 제한사항이 없는지도 꼼꼼히 봐야 한다. 즉, 분양권에 소유권을 제한하는 권리관계가 있는지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양권의 권리(소유권)가 깨끗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하면 나중에 보증금을 온전히 되돌려받기 힘들 수도 있다.
여기에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 절차를 마치고 우선변제권자의 지위를 갖춰 놓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우선변제권이란 임차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나가게 됐을 때 다른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세입자가 입주 및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그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이러한 대항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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