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2차휴전에도 리스크 여전… HP-델-닌텐도-소니도 탈출 가세
베트남-태국 등으로 시설이전 추진… 中성장 이끈 전자-제조업 위협 받을듯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 휴전을 선언했는데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실화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지속되는 데다 ‘추가 관세 리스크’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7월과 8월 중국산 반도체와 산업용 로봇, 광섬유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3일(현지 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은 HP와 델,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중국 내 제조생산시설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HP와 델의 경우 중국 내 노트북 생산시설 대부분을 외부로 옮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각각 글로벌 PC 시장의 1, 3위 사업자인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전체 PC 시장의 40%에 이른다. 델은 이미 대만과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노트북 시험생산에 들어갔고 HP는 생산량의 20∼30%를 이르면 이달 중 태국과 대만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레노버, 에이서, 에이수스 등 다른 PC 제조사들도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MS와 구글, 아마존, 소니, 닌텐도 등은 게임 콘솔과 스마트 스피커 등의 생산라인 일부를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와 스마트 스피커 ‘에코’ 생산거점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S는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와 스마트 스피커 ‘코타나’의 제조기지를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 방침은 특히 게임 콘솔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소니와 MS, 닌텐도는 미 정부에 “미국 소비자 및 기업에 불평등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게임 콘솔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애플은 중국 내 아이폰 생산설비의 15∼30%를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신규 관세 부과 보류와 중국과의 무역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무역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ICT 기업들의 탈(脫)차이나 움직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신은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전기전자 산업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전기전자 부문 수출입 규모는 1991년 100억 달러에서 2017년 1조350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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