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 기술수출 4번째 고배… 글로벌업계 불신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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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얀센, 사용권리 반납 등… 2016년부터 잇달아 실패
신약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 한미약품 “그래도 계속 도전”

연이은 신약 물질 개발과 대규모 수출 계약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하던 한미약품이 역풍을 맞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이어 한미약품의 신약 물질 사용 권리를 반납하자 남은 신약 물질의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형편이다.

○ 수출 계약 반환 소식에 한미약품 주가 27%↓


한미약품은 3일 미국 제약업체 얀센이 한미약품의 당뇨 및 비만 치료 신약 물질 사용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얀센이 한미약품의 신약 물질을 안 쓰겠다는 뜻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얀센이 신약 물질 ‘HM12525A’를 이용한 약을 개발하는 대가로 계약금 1억500만 달러(약 1230억 원), 최종 상업화 단계까지 총 8억1000만 달러(약 9477억 원)를 받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얀센에 계약금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얀센의 신약 개발 권리 반환 소식에 한미약품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27.26% 내린 30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27.70% 떨어진 4만8950원에 마감됐다.

한미약품은 “임상 2상 시험 결과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다. 하지만 당뇨가 있는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얀센 측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권리 반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비만약으로서의 효능은 입증됐다”며 신약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약 40%가 비만에서 발생하고 비만일수록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비만 치료제로서의 상품성도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한미약품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한미약품의 목표 주가를 58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낮췄으며 대신증권도 57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내렸다.

○ 신약 물질 연이은 실패로… 시장 의구심 고개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대규모 신약 물질 수출을 성사시키며 단숨에 국내 대표 제약사로 떠올랐다. 2015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6억9000만 달러(약 8073억 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같은 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39억 유로(약 5조1500억 원) 규모의 당뇨병 치료제 수출 계약 등을 맺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6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 신약 ‘올리타’의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 성공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계약 해지 소식을 늑장 공시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사실까지 적발됐다.

2016년 12월에는 사노피가 계약 규모 축소를 통보했으며 올해 1월에도 일라이릴리사가 기술 사용권리 반환을 통보하는 등 한미약품의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한미약품에 남아 있는 기술 수출 계약은 2건에 불과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신약 물질 임상에 대해서도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측은 입장문을 통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긴밀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도 30여 개에 이른다”며 성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미국에서도 10개 중 7개는 실패할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신약 개발과 실패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한미약품이 요즘 유난히 악재가 겹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허동준 기자
#한미약품#신약 기술수출 실패#사용 권리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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