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산업경제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이르면 이달 말 1차 규제자유특구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14개 시도에 각각 1개 이상의 특구를 지정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기술에 기반을 둔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핵심 규제들을 패키지로 완화해주는 제도다. 1월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것이라면, 규제자유특구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지역 내에서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신기술 개발, 신제품 출시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재정 지원, 세제 감면 등 파격적 혜택도 검토되고 있다. 다양한 기업의 신기술과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혁신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특구에서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새로운 규제혁신을 추진하면서 국내 최대 테스트베드(시험환경)이자 신산업 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빼놓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수도권 기업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겹겹 규제에 묶여 있는데 이번에도 역차별을 받게 됐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들이 토지와 자본, 노동을 효율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균형발전 논리에 얽매여 수도권 규제를 ‘성역’으로 남겨둔다면 기업 투자 및 일자리 해외 유출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13년 만에 수도권 규제를 풀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공장 신설을 허용한 것처럼 규제자유특구에도 수도권을 포함시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규제자유특구가 혁신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다른 규제개혁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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