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노조)와 올 3월 맺은 단체협약에서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약속한 사실이 공개됐다. 법원행정처가 판사가 아닌 법원 공무원들과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협의하고 약속까지 한 것은 상식 밖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노동법원 신설은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찬성하는 측은 노사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려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2단계로 나눠진 현행 노동사건 처리 절차를 전문성을 갖춘 법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노동사건 재판에 노사 양측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참심제 요소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반면 노동위와 법원을 거치는 현행 이원 체제가 장점이 더 많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매년 노동위에 접수되는 1만3000건가량의 부당해고 사건 중 노동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하는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계는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노동위의 권리구제 절차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재판에서 노사갈등이 증폭될 수 있고, 노동자도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동법원 도입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직결된 사안이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이 숙의를 거쳐 공식 의견을 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논의 대상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이어야 한다. 재판을 지원하는 법원 일반직 노조와 법원행정처가 이런 합의를 하니까 노동법원을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여긴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법원 공무원의 근로조건과 무관한 노동법원 도입을 단체협약에 명기한 점도 문제다. 노동법원 도입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다. 법원행정처의 처신은 여권이 노동법원 도입을 추진하면 사법부가 찬성할 뜻임을 편법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오해도 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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