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0명 이상일때 출동하는 팀… 사고 발생후 현장까지 평균 52분
병원 이송전 골든타임 놓치기 일쑤… 현장 출동 32%는 환자 얼굴도 못봐
119와 정보 공유 잘안돼 출동 늦고… 전국 40곳만 운영… 사각지대 많아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사상자가 전부 이송될 때까지 현장에 도착조차 못한 사례가 최근 4년여 동안 4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DMAT는 119구급대가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의료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대형 화재나 교통사고로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119는 이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DMAT의 출동을 요청한다.
하지만 4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5년 이후 DMAT 출동 사례 129건 자료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DMAT 출동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2분으로 나타났다. 2014년 2월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친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DMAT 출동에 69분이 걸린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가 DMAT 운영 병원을 10여 곳에서 올해 기준 40곳으로 크게 늘린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특히 출동 사례 129건 중 41건(31.8%)의 경우 DMAT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119구급대의 환자 이송이 완료돼 의료진이 환자를 한 명도 치료하지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2017년 2월 4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경기 화성시 동탄메타폴리스 화재 사고가 대표적이다. 119는 사고가 발생한 지 16분 만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사고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규모를 작게 보고 DMAT 출동은 요청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 발생 137분 후에야 DMAT 출동을 요청하는 바람에 최종 출동까진 178분이 걸렸다. DMAT이 도착했을 땐 현장에 환자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응급의학계에선 119 상황실이 DMAT의 필요성을 신속히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엔 작은 사고였어도 현장 수습 중 사상자가 늘어나면 DMAT 출동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 정보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세종시 공사장 화재(3명 사망, 40명 부상) 땐 119가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아 중앙응급의료센터 근무자가 TV 뉴스를 보고서야 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DMAT 출동은 사고 발생 81분 뒤에야 이뤄졌다.
또 다른 원인은 DMAT 운영 병원이 전국 40곳으로 적어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강원 정선군 갱도 매몰사고 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DMAT가 출동 요청을 접수한 지 14분 만에 출발했지만 거리가 먼 탓에 현장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69분이나 걸렸고 최종적으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일본은 국토면적이 한국의 3.7배이지만 DMAT 운영 병원은 400여 곳으로 한국의 10배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DMAT를 늘리고 싶어도 일선 병원에 응급의료 인력이 부족해 어렵다”라며 “응급 의료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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