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정부에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듭 압박하는 것이다.
4일 고용노동부는 “EU가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에 따라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정부 간 협의에 이어지는 통상 분쟁 해결 절차의 두 번째 단계다. 2개월 안에 양측이 선정한 전문가 3인으로 패널을 구성해 90일간 당사국 정부, 관련 국제기구, 시민사회 자문단 등의 의견을 듣고 권고나 조언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 정부는 올 5월 ILO 협약 4개 중 87호와 98호(결사의 자유) 및 29호(강제노동 금지) 등 3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협약이 비준되면 △해고자와 실직자 △5급 이상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EU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패널의 권고는 양측 정부 간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점검해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
노동계는 분쟁 절차에 돌입하면 한국이 통상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내용은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무역제재 같은 통상 압박을 할 수 없어 기업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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