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리아 제재에 쓰인 ‘캐치올’… 日, 규제 전방위 확대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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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문]
日 내달 ‘백색국가 제외’ 예고… 전문가 “美에도 부담… 쉽게 못써”
일각선 “징용해법 마련 시한 준것”… 아베 “공은 한국에… 국제법 따르길”

일본이 다음 달 중 무기 전용 우려가 있는 전략 물자 중 식품 및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을 규제하는 ‘캐치올(catch all) 규제’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부터 반도체 부품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화학 물질을 ‘포괄적 수출허가제도’에서 제외시켰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은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한 번 허가를 받으면 추가 허가 없이 3년간 수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허가에는 약 90일이 걸려 수출 기간이 매우 늦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르면 다음 달 1일 시행될 ‘백색국가 제외’다. 일본의 안보우방국을 ‘백색 국가’로 지정해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던 특혜가 사라지면 한국은 자동적으로 ‘캐치올 규제’를 받는다. 이 경우 무기로 쓰일 수 있는 원자력, 화학병기, 미사일 부품, 공작기계 등에 대한 리스트 규제 품목뿐 아니라 비(非)리스트 규제 품목도 허가 대상이 된다. 대량살상무기(WMD)로 전용될 수 있는 부품 중 식품 및 목재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이 캐치올 규제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티타늄합금 같은 특수강, 주파수 변환기, 대형 발전기, 방사선 측정기 등도 캐치올 규제 대상이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일본은 2004년까지 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하지 않았다. (백색국가 제외는) 2004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일본이 무기 개발로 논란을 일으킨 북한, 시리아, 리비아 등에 쓰이던 규제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를 알고도 캐치올 규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21일 참의원 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노린 ‘엄포성 행동’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집권 자민당은 이날부터 참의원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아베 신조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248석 중 헌법 개정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전쟁 가능한 일본’을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캐치올 규제 시행 관건은 미국”이라며 “규제 시행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산업이 이 규제로 피해를 입으면 미 업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함부로 쓸 카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 한국 외교 소식통도 “캐치올 규제 발동이 시행된다 해도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일본의 진짜 속내는 그 기간에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법을 들고 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4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에 ‘징용공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주길 바란다. 지금 공은 한국 쪽에 있다”고 말했다.


캐치올(catch all) 규제

‘최종 용도 통제(end use control)’로도 불린다. 특정 국가가 국가 안보 등을 위해 주요 전략 물자 수출 시 반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강요하는 제도다. 일본에서는 캐치올 규제가 발동되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이 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김예윤 기자

#일본 수출 규제#캐치올 규제#백색국가 제외#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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