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학비연대)의 총파업 이틀째인 4일. 하루 전 ‘급식대란’을 겪은 학부모들은 부실한 대체급식 사례를 온라인에 공유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학부모들은 “불편하지만 손수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야겠다”며 “급식 공백을 겨우 땜질하고 있는데,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파업 첫날과 달리 둘째 날은 도시락, 대체식 사진이 온라인에 주로 올라왔다. 특히 학교에서 제공된 ‘대체식’ 사진이 많았다. 한 학부모는 도시락용 김 한 봉지와 학교에서 제공된 빵을 비교한 사진을 첨부하며 “이런 빵을 주다니 너무 작네요. 정말 배고팠을 텐데…. 매년 급식파업 씁쓸합니다”라고 전했다. 이 글에는 빵, 과당주스 등 당분과 탄수화물만 잔뜩 들어간 대체식을 먹고 허기진 자녀들을 안타까워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대체식이 미덥지 못한 학부모들은 뒤늦게 도시락 준비에 나섰다. 경기 성남시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A 씨(39)는 “학교에서 끼니를 챙겨준다며 외부 음식은 절대 가져오지 말라고 했지만 마음이 안 놓인다”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랴, 도시락 준비하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급식파업’ ‘#도시락’ 등과 같이 해시태그를 단 학부모들의 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애들 먹이는 것 가지고 이러지들 맙시다” “어제 나온 기사들을 다 읽어 봤지만 애들 밥까지 모른 체하며 싸울 일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썼다.
학부모들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이날 학비연대 측은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울지역 학비연대 소속 조합원 100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부산, 인천, 강원 등의 지역에서도 학교 비정규직 집회가 있었다.
교육부는 파업 참가 인원이 전날보다 3%포인트 줄어든 1만7342명이라고 집계했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집단 휴업으로 ‘급식 공백’이 생긴 곳은 전국 1771곳(기말고사로 인한 미실시 제외)으로 전날 2802곳보다 감소했다. 5일 전국에서 급식이 중단되는 학교는 4일보다 더 줄어든 1508곳(기말고사로 인한 미실시 제외)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집계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은 2012년 이후 벌써 다섯 번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매년 아이를 볼모로 한 정부와 노조의 힘겨루기에 피로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간 파업을 할 때마다 교육당국은 ‘당근’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교통비, 자녀학비 보조수당 등을 지급하고 근속수당을 올린 것이다. 상여금과 명절휴가비에도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은 없었다. 그러자 노조 측은 “본질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왔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급식 파행’을 막으려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서비스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투쟁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2일 성명서를 통해 “연례화한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된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인력을 둬야 하고, 대체인력 등을 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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