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3개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실업자, 소방공무원, 5급 이상 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사용자가 개별 교섭에 동의할 경우 모든 노조에 대한 성실 교섭의무를 부과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9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의 ILO 비준 강행 추진에 경영계의 우려는 크다. 실업자·해고자 가입이 허용될 경우 안 그래도 파업이 습관화된 강성 노조에 힘이 더 실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모든 노조에 대한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한 것도 거꾸로 강성 소수 노조의 투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노조만 동의하면 누구라도 해당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 강경 투쟁론자들의 기획 가입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직자만 노조 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뒀다고 하지만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장치라는 지적이다.
반면 대폭 강화된 근로자 단결권에 상응해 이를 견제할 사측의 조업권과 방어권은 거의 보완되지 않았다. 경영계가 요구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요구도 현행법 수준인 생산·주요 시설 점거 금지에 그쳤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고,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해야 한다.
ILO는 의사 결정에 있어서 노사정 협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협약을 비준할 때는 관계자와 이해당사자 간의 폭넓은 논의를 통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협약 비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한 제도 정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고 4월 공익위원안만 제시한 채 논의가 종료됐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ILO 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우리와의 분쟁해결절차를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은 필요하지만 미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 등도 자국 현실을 반영해 일부 조항들은 비준을 미루고 있다. 먼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기업과 노동 문화가 유럽과 다른 우리 현실에 맞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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