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난민법 위반 내부문건 입수
2015년 4월 “심사적체 해소” 공문… 자격 없는 공익법무관 면접 투입
9월엔 “간이 면접으로 신속심사”… 공무원 1인 담당件 2.8배로 늘려
면접조서 조작 등 부실심사 초래… 법무부 관계자 “허위작성 더 있어”
“(난민) 신속심사 대상은 면접을 간이하게 실시하고 사실조사를 생략한다”, “공익법무관을 선발해 난민 면접에 투입한다”. 법무부가 2015년 작성한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이런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들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현 서울출입국·외국인청)로 내려온 시기는 관리소에서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조서가 신청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허위 기재된 시기와 겹친다.
본보가 입수한 법무부 내부 문건 내용을 보면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무리한 ‘신속심사’를 지시한 것이 결국 면접조서 허위 기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는 공익법무관을 난민 면접에 투입해 난민법을 어기기도 했다. 허위 작성된 면접조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진술도 나왔다.
법무부는 2015년 9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신속심사’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일반심사 기간은 6개월이지만 신속심사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끝내도록 돼 있다. 법무부는 신속심사 대상을 ‘난민 신청을 남용하는 것이 명백한 자’로 규정하고 있어 신속심사를 받는 신청자가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특히 낮다. 이 시기에 법무부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심사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더 빠르고 간략하게 난민 심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하고 2015년 9월 7일부터 2016년 1월까지 5개월간 10명을 TF에 배정했다. 이 중 4명은 ‘신속심사’를 맡았다. 심사 처리 목표치는 월 280건으로, 신속심사를 맡은 공무원은 1인당 월 40건, 일반심사는 1인당 월 20건의 난민심사를 해야 했다. 신속심사는 2013년 11월부터 진행됐다. 2014년 7월부터 10월까지 신속심사를 맡은 공무원은 1인당 매달 14건의 심사를 처리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본부 지시를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허위 작성된 면접조서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부가 진상조사를 거쳐 밝힌 것(3명)보다 더 많은 공무원이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있다”고 털어놨다.
법무부는 신속심사 대상자 확대뿐 아니라 사실조사 과정을 생략할 것도 지시했다. 사실조사는 난민 신청자가 본국에서 겪은 박해와 관련 증거, 증언 등에 대한 진술을 듣는 절차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난민법 제8조 제5항(사실조사 생략)에 해당하는 자를 보다 폭넓게 적용하라”며 “신속심사 대상은 면접을 간이하게 실시하고 사실조사를 생략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법무부의 지시로 2016년 8월 진행된 한 난민 면접은 20분 만에 끝났는데 서울행정법원은 “면접이 부실하게 진행됐고 난민 신청자의 진술조차 왜곡돼 면접조서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해당 신청자를 난민 심사에서 떨어뜨린 법무부의 결정을 취소했다. 법무부는 공익법무관 4명을 난민 면접에 투입하기도 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난민법 및 난민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공익법무관은 난민면접을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난민법 시행령은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난민 관련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하거나 난민심사관 교육과정을 마친 공무원’으로 제한했다. 법무부는 2015년 4월 공익법무관들에게 8일간 난민 심사 관련 교육을 한 뒤 면접에 투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시 난민 신청이 폭증했는데 처리 실적이 낮아 심사 적체가 심각했다”며 “면접조서 허위 기재와 관련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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