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제요청 받은 다음날 韓 공개비판… 日에도 “실망” 첫 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0일 03시 00분


美대사 초치후에도 불만 표출
美차관보, 지소미아-백색국가 겨냥… “한일 원상회복해 무역관계 복원을”
특사 파견도 거론… 관여 뜻 내비쳐, 해리스, 향군 강연-포럼 참석 취소
美, 내달 서울안보대화에도 불참… 靑 “소통에 빈틈 없도록 최선”

美 국방장관-합참의장 “한일관계 후퇴 실망”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왼쪽)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최근의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美 국방장관-합참의장 “한일관계 후퇴 실망”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왼쪽)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최근의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불만 표출을 이어가면서 한미동맹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다시 청와대를 향해 지소미아 원상복구를 요구했고 청와대는 “국익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나선 것.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한미동맹 잡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문에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지금도 실망한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를 불러 “공개적인 우려와 실망의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보란 듯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

에스퍼 장관은 한일 양국에 모두 실망했다고 하면서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도 공개 경고를 보냈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취했던 조치들을 제거하고 보다 정상적인 무역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며 “(미국이) 양국에 특사(envoy)를 보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원상복구를 위해 미국이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전날 외교부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불만 ‘자제 요청’에 불쾌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29일 예정됐던 재향군인회의 초청 강연 불참에 이어 이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행사 개막식 참석을 취소했다. 국방부가 다음 달 4∼6일 개최하는 ‘서울안보대화’에도 미 국방부 관료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물밑 조율 대신 해리스 대사를 불러 공개적으로 자제 요청을 한 것을 두고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우방이나 동맹의 경우 이견은 비공개로 서로 간에 풀고, 공개적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게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해리스 대사를 부른 건 긁어 부스럼 만든 셈”이라며 “일본이 한 수를 두면, 한국은 두세 수 앞서나가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듭된 지소미아 연장 요구에 청와대는 “국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의 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철회 전에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입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더더욱 (한미 간) 소통에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한미 균열로 큰 잡음을 만드는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연일 ‘안보 자강론’을 앞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방예산이 사상 최초로 50조 원이 넘게 책정됐다”며 “무기 체계의 국산화·과학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차세대 국산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인공위성, 경항모, 차세대 잠수함 등 아직 우리 군이 확보하지 못한 무기 체계를 연이어 언급하며 자체 국방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미국 행정부#지소미아 파기#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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