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달말 프로그램 개시
삼성SDS를 나와 2017년 반려견 소변검사 키트 스타트업 ‘핏펫’을 창업한 고정욱 대표는 다른 창업가들과 마찬가지로 창업 초기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금은 7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견실한 회사지만 제품 출시 직전까지 스트레스성 안면마비를 겪었고 모세혈관 파열로 손가락이 파랗게 변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창업가는 사업 초반 모든 부분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 가족, 친구들과도 단절돼 대부분 외로움을 홀로 견딘다”고 말했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와 은행권청년창업진흥재단 디캠프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이달 말 개시한다. 프로그램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를 주축으로 해 디캠프 입주사 대표들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대표 15명 워크숍, 일대일 개별 상담 등으로 진행되며 향후 스타트업 업계에 더 확대할 계획이다.
디캠프가 사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9개 입주사 대표 중 4명이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4명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6명이 “매출, 성장 등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강박증(4명), 우울증(2명), 공황장애(1명) 등 구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5월 포브스지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창업가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2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은 6배, 조울증은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창업가들의 정신건강은 경영 의사결정과 구성원의 정신건강, 조직성과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시도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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