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스캔-VR와 문화유산의 만남 “타임머신 타고 여행하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03시 00분


‘2019 국제문화재산업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서 막 올라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2019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문화재 관련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 문화재 발굴 현장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재현한 3D시스템즈코리아와 대구의 기업 CTOK의 컨소시엄 부스다. 문화재청 제공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2019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문화재 관련 가상현실(VR)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 문화재 발굴 현장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재현한 3D시스템즈코리아와 대구의 기업 CTOK의 컨소시엄 부스다. 문화재청 제공

《국내 유일의 문화재, 박물관 전문 전시회인 ‘2019 국제문화재산업전’이 열린 19일 경북 경주시 보문로 화백컨벤션센터. 3D시스템즈코리아와 대구의 기업 CTOK의 컨소시엄 부스에서 기자가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를 쓰자 눈앞에 유적 발굴 현장이 돌 하나하나의 모양까지 그대로 펼쳐졌다. 조이스틱으로 특정한 두 지점을 지정하니 자동으로 거리가 표시됐다. 광대역 스캐너를 사용해 발굴 현장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가상현실(VR)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요즘 발굴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선박이나 공장 등 복잡한 구조물을 스캔하는 데 쓰였지만 문화재로 영역을 확장했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스캔해 가상으로 조합하고, 빠진 조각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김창현 CTOK 대표(42)는 “발굴 현장에서 놓친 부분을 나중에 언제든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매우 빨리 재현할 수 있어서 수천 명이 VR에 함께 접속해 모두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회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문화재 보존, 방재, 수리·복원, 디지털 헤리티지, 박물관 관련 업체 등 81개 기업이 235개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3D 스캔과 VR 등으로 이를 재현하는 기업들의 부스가 특히 관심을 모았다.

남한에서는 거의 멸종된 크낙새가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하는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문화유산기술연구소는 디지털 원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으로 재현하는 기업이다. 수원 화성, 석굴암 등을 3D 데이터로 만들어서 VR로 재현하기도 했다. 핵심은 정밀도다. 2mm 단위로 문화재 겉면을 점 정보로 파악해 이를 입체로 구현한 뒤 사진 데이터와 종합한다. 김진산 문화유산기술연구소 연구원(33)은 “미래를 위해 수천만 기가픽셀의 고해상도로 저장한다”며 “아주 작은 금이 하나 가더라도 원래의 모습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유산기술연구소가 멸종된 크낙새를 재현한 영상. 박제를 3차원(3D)으로 스캔하고, 영상과 음향을 결합해 디지털로 재현했다. 경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문화유산기술연구소가 멸종된 크낙새를 재현한 영상. 박제를 3차원(3D)으로 스캔하고, 영상과 음향을 결합해 디지털로 재현했다. 경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해외 주요 문화유산도 우리 기술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로 보존되고 있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와 위프코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을 비롯해 아세안 6개 국가의 유적을 3D 데이터로 실측하고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했다.

전시장 지하의 실크로드 디지털체험관에서는 7세기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 사마르칸트의 모습이 가상현실로 펼쳐졌다. 문화재디지털복원가인 박진호 씨(47)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상현실과 결합해 고대의 가상 인물과 관람객이 대화하게 되고 디지털 유산 기술의 발전은 과거를 체험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지키는 면진장치 기술(참솔테크), 지능형 문화재 재난방재 시스템(한국아이티에스)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재 관련 기술도 선보였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문화유산은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유물일 뿐 아니라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보물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 기간 ‘디지털 문화유산 국제포럼’을 비롯한 콘퍼런스 13건이 개최된다. 부대 행사인 문화재 취업박람회에서는 문화재 관련 창업 및 취업자가 준비생들과 경험을 나누는 토크 콘서트, 취업 컨설팅도 열린다.

경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제문화재산업전#경주 화백컨벤션센터#vr#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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