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들이 막판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의원들마다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다 보니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39개나 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00개 넘게 발의됐다. 생색내기용 발의 건수도 문제지만 제출된 법안들도 정부가 역점을 둔 경제 활성화는커녕 규제만 강화된 것이 많아서 ‘말로만 경제 활성화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소기업 분쟁 발생 시 중소벤처기업부가 직권으로 대기업 조사를 가능케 하는 내용의 상생법 개정안은 두 달 전에 해당 상임위를 이미 통과했다. 분쟁 시 조정신청이 들어올 때만 중기부가 시정명령 등을 하도록 한 조항을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바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하도급법으로 감독을 하고 있는데 중기부까지 나설 경우 기업에 대한 중복조사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 입증 책임까지 대기업에 지운 것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법안이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공청회도 열리지 않았으니 기업들은 의견 제시는 물론 법안 내용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여당이 경제 활성화 입법을 강조해놓고도 법안 심의의 기본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이다. 야당도 철저한 법안 심의로 견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상임위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 쇼핑몰에 대한 영업 규제를 더 강화한 데다가 대형마트에 해당 지역 특산물 비중을 10%까지 확대하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규제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역 표심을 의식했겠지만 이 같은 겹치기 규제로 인해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대형마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정치 이슈로 극한 대치하는 상황에선 법안 심의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지표마다 위기를 경고하는 빨간 등이 켜졌지만 법안을 심의할 의원들의 관심은 벌써 7개월 뒤 총선에 가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가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인 듯하다”고 했을까. 경제 활성화를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국회 법안 심의부터 철저히 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