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단독보도’에 일부 누리꾼 “엠바고 파기” 억지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03시 00분


화성살인 용의자 확인 첫 보도하자 “조국반대 집회 살리려 총대” 황당 글
경찰 “자체 취재… 엠바고 무관” 해명, 인터넷 허위글 스스로 수정-삭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채널A의 18일 단독 보도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채널A가 ‘엠바고(경찰과 합의한 보도시점)’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이 19일 밝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은 이날 “채널A가 자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것으로 엠바고를 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발표할 계획이 없었지만 채널A에서 (이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에 19일 오전에 긴급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8일 채널A의 단독 보도 직후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취재 동향이 있어 전 언론사에 문자로 공유한다’며 용의자 검거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엠바고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채널A는 18일 오후 ‘경찰, 화성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란 제목으로 33년 동안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 신원이 드러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다른 방송사들도 저녁 뉴스에서 같은 내용을 잇달아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은 채널A가 엠바고를 어겼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 시국선언과 학생들의 집회가 묻히지 않게 하려고 채널A가 총대를 멨다’ ‘경찰이 일부러 시국선언과 촛불집회 날짜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검거를 발표하려 엠바고를 정해뒀다’는 허위의 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채널A가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는 글은 인터넷에서 대부분 수정되거나 삭제된 상태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는 18일 오후 10시 30분경 ‘채널A가 엠바고를 어겼다’는 글이 게시됐지만 이날 오전 ‘엠바고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브리핑 소식이 흘러나왔고 그로 인해 사건이 전격 보도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개인 트위터 계정에서 채널A가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지웠다. 이 이용자는 곧바로 개인 트위터 계정에 ‘엠바고가 아니었던 것 같네… 몰라서 지웠습니다’라고 썼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유력 용의자#채널a#단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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