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상이변까지 예측하는 AI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03시 00분


국내서 ‘엘니뇨 예측 AI’ 개발… 예측 기간-정확도 업그레이드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AI를 이용한 엘니뇨 예측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광주=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AI를 이용한 엘니뇨 예측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광주=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엘니뇨는 태평양 동부 또는 중부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수개월간 유지되는 현상으로 전 세계에 폭염과 강추위 등 다양한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엘니뇨의 발생과 소멸은 2년가량 걸리는데 기존 엘니뇨 예측 기법은 1년 단위 예측만 가능했다. 절반 이하만 맞힐 수 있어 예측 가치가 떨어졌다. 3년간 인공지능(AI)을 공부한 한국의 기상학자가 AI를 활용해 엘니뇨 예측 기간을 6개월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AI를 이용해 엘니뇨 현상의 예측 기간을 현재 1년 미만에서 1년 반까지 늘렸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미래의 기후 변화와 엘니뇨의 관련성을 찾는 기후모형과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통계모형을 활용해 엘니뇨를 예측해 왔다. 이 중 기후모형이 정확도가 높아 학계에서는 인정을 더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AI와 과거 자료를 활용하면 보다 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시신경을 모방한 기계학습 방법을 활용했다. 합성곱 신경망(CNN)으로 불리는 이 AI는 사람이 사물의 형태만 보고도 금방 특징을 파악하듯 영상 속 사물을 파악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AI가 무작위 형태부터 학습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면서 점점 원하는 형태의 물건을 찾도록 하는 원리다. 함 교수는 이 AI에 영상 대신 1871년부터 1973년까지 해수면 온도와 바닷물의 열량 정보를 집어넣어 학습시켰다. 두 수치는 엘니뇨 예측에 쓰이는 중요한 지표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특정 시점으로부터 23개월 이내에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과거 자료를 철저하게 학습한 AI가 현재 해수면 온도와 열량만 훑어보고 엘니뇨 징후를 발견하게 했다. 함 교수는 “엘니뇨가 발생하기 전 대서양에서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선행 신호처럼 나타난다”며 “엘니뇨 발생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해수 온도만 분석하면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함 교수가 개발한 AI는 어떤 모델보다도 엘니뇨 징후를 정확히 포착했다. 기존에 학습하지 않은 1984년부터 2017년까지 관측한 자료를 활용해 정확성을 검증한 결과 엘니뇨를 발생 17개월 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 기존 모델이 1년 전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정확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된다.

함 교수는 3년 전까지 AI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인 알파고와 바둑 고수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기상학자이던 그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함 교수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충격을 받고 독학으로 텐서플로(구글의 오픈소스 AI 플랫폼)를 공부하고 여기저기 AI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이 AI는 2017년 말 처음 제작됐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모델이다 보니 논문 검증에만 1년 반이 걸렸다. 함 교수는 “대부분의 AI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이번에 개발한 AI의 경우 정확한 원리를 설명했던 것이 논문 채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AI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AI가 기상학자의 일자리를 뺏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광주=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기상이변#ai#인공지능#엘니뇨 예측#기상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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