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참여 KBS 김홍범 PD의 선곡 뒷얘기
당시 반짝 뜬 차트 1, 2위 곡보다 오랜기간 사랑받는 곡으로 골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유열의 음악앨범’이 처음 방송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에 익숙한 지금 관객들에게는 걸핏하면 끊기던 라디오 주파수와 PC통신처럼 수시로 단절되는 이들의 인연이 생경할 수도 있다. 그 빈틈을 채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이다.
2003년부터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든 KBS ‘박원의 키스 더 라디오’ 김홍범 PD(사진)는 라디오가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 관련 자문을 맡는 한편 연리목 음악감독과 함께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는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머릿속에서 곡을 그려봤어요. 미수와 현우는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어렵게 그 시절을 살아내는 청춘이잖아요. 그래서 당시 차트 1, 2위 곡보다는 누구나 배경음악처럼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 결과 윤상과 루시드폴, 신승훈 등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음악들이 선곡됐다. 윤상이 부른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1999년), 이소라의 ‘데이트’(2002년) 등 삽입곡의 가사는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시처럼 읊어 내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남자와 떠나는 미수를 따라 하염없이 뛰는 현우의 모습 뒤로는 루시드폴의 ‘오 사랑’(2005년)이 흐른다. 김 PD가 가장 절묘한 선곡으로 꼽은 음악은 콜드플레이의 ‘Fix You’(2005년). 현우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하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미수를 따라 함께 내달리는 이 음악은 값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스트리밍과 유튜브가 점령한 시대, 라디오의 어떤 특별함이 여전히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걸까.
“라디오는 추억을 소환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예요. 사연과 신청곡, 다시 사연으로 연결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매체니까요. 지금도 프로그램 채팅방에는 방송 때마다 주기적으로 오시는 팬들이 있어요. 빵집에서든, 공장에서든 계속 라디오를 듣는 미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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