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바다에 빠지지 말라/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조영 옮김/340쪽·1만5800원·알마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슬프다. 아이를 다시 찾았을 때의 모습은 슬프다. 부사(副詞)를 붙이기 힘들다.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여러 나라와 시대가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우리도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다. 일본은 그보다 3년 앞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최악의 재난을 겪었다. 1만85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희생은 351명뿐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보호 아래 있다가 숨진 학생은 75명. 그중 74명이 한 초등학교에서 나왔다.
‘더 타임스’ 아시아지역 편집장인 저자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오카와초등학교 현장에 머무르면서 아이를 잃은 가족들을 만났다. “아이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이가 먹을 음식과 옷들을 가지러 왔다 갔다 했어요. 남편은 ‘그런 건 필요 없어요. 그냥 갑시다’라고 했죠.”
책의 절반이 지나면서 의문부호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무엇이 이 학교의 비극을 낳았을까. 매뉴얼은 부실했고, 비상시 집합장소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라’라는 지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린 학생과 교사들까지 휩쓸어 가버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했다. 2014년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쓰나미 현장에서 주민들의 공동체적 질서와 품위를 보았고, 이 재난이 일본을 새로 일으킬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쓰나미 이후 일본은 힘과 확신을 얻었다기보다 잃어버렸다”고 솔직히 토로한다.
“그 중심에는 일본의 리더와 시민들 사이의 훨씬 커진 단절이 있다. 승리한 리더는 전후 가장 국수주의적인 수상이다. (아베 신조의) 정당은 국민 대부분의 본능과 조화되지 못하는 사상을 지닌 사람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단력과 일관성이 있었으며,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도쿄에서 반(反)아베 시위대를 만나 “그러면 누가 일본을 이끌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시위대는 조용해져서 서로 쳐다보더니 멋쩍게 웃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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