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어제 의정부지검을 방문해 평검사들과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조 장관은 앞으로도 전국 검찰청을 돌며 검사들과 만난다는 계획이다.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제도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그런 현장 순방과 대화에도 적절한 시기와 방법이 있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직접 일선 검찰청을 돌며 검사들을 만나는 것은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의 부인은 기소됐고 딸도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다. 5촌 조카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런 조 장관이 검사들을 모아 놓고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장관 지위 남용이며 몰염치한 일이다. 게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하고 경찰에 일부 사건의 수사권을 넘겨주는 내용의 검찰 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상태다.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법무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다. 이 시점에 검사들을 만나 검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을 겨냥한 압박이며 수사가 부당하다는 항의로 해석된다. 조용히 일선 검찰청을 지도 방문했던 전임 장관들과 달리 굳이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패를 달고 평검사들을 모으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들의 과거 만남을 연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조 장관이 지금 귀 기울여야 할 대상은 자신을 향한 여론이다.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전·현직 대학교수 시국선언에는 3000명이 훌쩍 넘는 교수들이 참여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각종 의혹의 위법 여부를 떠나서도 조 장관은 이미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조 장관이 검사들과 대화한다며 전국 ‘순회 쇼’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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