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2017년 9월에 최고점을 찍었고 그 이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국가통계위원회가 어제 공식 발표했다. 2013년 3월 바닥을 찍은 뒤 54개월간 이어진 경기 상승기가 2017년 9월에 끝났다는 것이다. 경기가 하강 국면일 때는 감세,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당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같은 찬물을 끼얹는 정책들을 시행했다. 경기 하강을 무시한 정책으로 침체를 가속화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에서도 법인세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한 인상을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밝혀진 당시 기재부 내부 보고서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 목적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국제적 추이에 부합하지도 않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 일본은 법인세 감세를 잇달아 발표할 때였다.
문제는 경기 흐름에 맞지 않는 역주행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시장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큰 정책들은 설령 시행한다고 해도 경기 흐름이 좋을 때 과열을 식히는 방안으로 검토돼야 마땅한 것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그 하강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회장 취임한 이후 2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듯이 우리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심각한 상황이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집권 초기 한 번으로 족하다. 더 이상 세금을 더 많이 거두고, 국가 부채를 늘려서 선심용 복지 예산을 늘리는 데 목을 맬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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