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北 수석대표’ 밝히며 담화
“낡은 틀에 매달린 말썽꾼 사라지고 트럼프 특유의 정치적 기질 발현”
北美 이견 해소 안돼 ‘신중론’ 우세
문정인 “2, 3주내 실무접촉 열릴것… 北 불가침협정 요구에 美대응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약 18시간 만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며 화답하고 나섰다. 특히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자신이 ‘북한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것을 직접 밝히며 20일 첫 담화를 내 실무협상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해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하며 “볼턴은 ‘리비아 모델(전면적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을 언급해 (북-미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존 (볼턴)은 (리비아 모델을 지지한) 이들이 얼마나 일을 못했는지 돌아봐야 하며 ‘새로운 방법’이 좋을지 모른다는 점을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단계 및 기간을 최대치로 압축한 ‘일괄 타결’을 선호했던 볼턴 전 보좌관을 깎아내리면서 보다 유연한 대북 접근법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북한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발언이 공개되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대사는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시대적으로 낡은 틀에 매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추장스러운 말썽꾼(볼턴 전 보좌관)이 미 행정부에서 사라졌다”며 “낡은 방법으로는 분명히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차 할 수도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사는 이어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북-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한다”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이 2월 하노이 회담 때와는 다른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란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결렬’을 초래한 북-미 간 이견이 근본적으로 해소됐다는 징후는 없어 실제 협상 전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아직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대사 또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턴 전 보좌관을 비판하면서도 “(협상이 잘되지 않을 거라는) 그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두고 보자”고 했다. 김 대사는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돼 있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다”며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미) 실무접촉이 2∼3주 안에 열릴 것”이라면서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꼽히는 북한의 ‘체제 보장’ 요구와 관련해 “(북한이) 불가침 협정을 맺자고 나올 텐데 얼마나 미국이 준비됐나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대사는) 미국에 양보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북한 입장이 바뀐 건 없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주미 특파원 출신 언론인 모임인 ‘한미클럽’ 간담회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아직 장소와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면서 스웨덴 스톡홀름,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제네바 등 유럽을 유력 개최 장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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