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끝나도 사랑은 이어집니다… 떠난 이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목표로 1993년 설립된 밀알복지재단은 올해 유산기부자들의 뜻에 맞춘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한다. 사진은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미얀마 사업장에서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삶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아동 특수학교인 밀알학교에는 고당홀, 경희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방들이 있다. 학생들을 위한 체력 단련실과 회의실, 지역주민을 위한 사랑방 등으로 사용되는 공간들로, 명칭은 모두 기부자들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다.

1997년 설립된 밀알학교가 첫 삽을 뜰 때에는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유산 기부 등을 통해 학교 건립에 힘을 실어줬다. 그 맨 앞에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이 있다.

홍 이사장은 자신의 퇴직금과 적금, 장인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밀알학교 건립에 쏟아부었다. 그가 담임목사로 몸담았던 남서울은혜교회 교인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장기를 기증하고 받은 요양비를 헌금한 이들도 있고, 이름도 알리지 않고 기부금을 건넨 이들도 있었다. 그 결과 밀알학교는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특수학교의 사회통합 모델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아들의 선행을 잇는 아버지

경기 양주에 사는 탁영민(가명·57) 씨는 장애아동 후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때문이다. 유품을 정리하다 아들의 신용카드에서 매달 밀알복지재단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이 제공되는 것을 알게 된 것. 탁 씨는 “아들이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 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며 “아들의 뜻을 잇고 싶어 기부자 명의를 바꿔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탁 씨는 또 결연 후원도 추가로 신청했다. 비록 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이 베푸는 사랑의 마음을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 덕분에 좋은 일에 더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웰다잉을 위한 유산 기부 캠페인

밀알복지재단은 올해부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및 8개 비영리단체(NGO)와 함께 유산 기부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나누고 남기다’를 진행 중이다. ‘소중한 유산을 우선 가족들에게 나누고 마지막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남기자’는 뜻을 담았다. 이를 위해 밀알복지재단 콜센터는 유산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유산 기부는 소액도 가능하며 유산의 일부만을 기부해도 된다. 또 현금뿐만 아니라 예금, 부동산, 전세금, 보험금 등도 기부할 수 있다. 기부 시 변호사, 회계사 등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자문위원들이 기부할 유산의 법률 검토부터 유언장 작성, 유언 공증, 사후 유언 집행까지 도와준다. 이들 기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 중인 복지사업에 사용되며, 기부자가 원하는 특정 지원 대상이나 희망 분야에 따른 새로운 나눔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최근 웰다잉(Well Dying) 등 인생의 마지막을 계획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이 유산기부에 동참해 사회 곳곳에 희망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꿈꾸다

밀알복지재단은 1993년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목표로 설립됐다.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사업을 비롯해 장애인 특수학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등 장애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49개 운영시설에서 장애인과 노인과 아동,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또 해외 17개국에서 재활복지, 보건의료, 긴급구호 등 국제개발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다. 유산 기부 상담은 밀알복지재단 유산기부센터(070-7462-9010, legacy.miral.org)로 하면 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