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1972 차에 맞선 암스테르담 아이들’은 197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이들이 놀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차도를 막아 시위하고 관계 당국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결국 변화를 이끌어낸 모습을 보여준다. 아동 참여의 가장 극대화된 모습이자 아이들이 갖는 놀이 공간에 대한 열망이 가득 담긴 이 다큐멘터리에서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잘 놀고 있을까?
아이들이 잘 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접근이 쉽고 안전하며 아동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놀이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놀이공간’에서부터 아이들의 놀 권리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가릴 것 없이 모두 원할 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바로 아이들의 의사가 충실하게 반영된 놀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어른들의 공간 속에 아이들의 놀이공간은 ‘덤’으로 주어져 있었고, 이마저도 어른들의 구상으로 만들어졌거나 아이들이 간신히 찾아내어 아지트로 만든 공간들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 이후로 폐쇄된 놀이터를 새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도심 속 놀이터인 중랑구 상봉어린이공원과 세화어린이공원을 개선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현재까지 도시 놀이터 10곳, 농어촌 놀이터 13곳과 44곳의 학교 내 놀이공간을 개선했다.
이는 놀이터의 주인이 될 약 2000명의 아이들, 놀이터를 유지하고 잘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100여 명의 부모와 지역사회, 23개의 지방자치단체와 21개 교육 관계기관 등의 사업 참여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현실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한 건축가 28명 등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놀이터가 아이들이 마음 편히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려면 △아이들 스스로 그 공간이 자신들의 놀이공간이라고 느껴야 하고, △어른들도 그곳을 아이들의 공간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아동과 지역사회가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70여 곳의 놀이 공간에 각각 구성된 ‘아동 참여 디자인단’이 실제로 놀이터가 지어질 공간에서 함께 놀면서 건축가가 아이의 마음으로 상상해서 설계하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놀이공간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가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배웠다.
‘아동 감리단’이 시공상의 문제점을 짚으면 이를 수정해서 검사 받고, ‘아동 운영 위원회’가 놀이터의 운영 규칙이나 배워보고 싶은 문화 프로그램을 직접 정하게 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도 부지 선정에서부터 디자인 과정, 개장식, 이후 운영 관리까지 참여하면서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지켜주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학교 놀이공간을 함께 만든 입석초등학교 6학년 박시온 아동은 “나와 친구들이 뛰노는 환경을 직접 만든다는 목적이 너무 좋았고, 나와 친구들, 동생들이 노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하게 의견을 제시했다”며 “놀이공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술래를 피해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5년부터 수행해 온 놀 권리 보장 사업이 아동과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더욱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박현선 교수팀과 함께 사업 성과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10월 18일 금요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공동 주최로 열리는 ‘2019 세이브더칠드런 놀 권리 성장 포럼’에서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놀이 현실에 대한 아동의 의견, 놀이공간에 후원한 기업의 입장, 참여 디자인으로 공간을 만든 건축사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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